
16일(현지시간) 미 노동부 산하 노동통계국(BLS)이 발표한 11월 고용보고서에 따르면 비농업 부문 신규 고용은 6만4000건 증가했다. 이는 다우존스가 집계한 시장 예상치(4만5000건)를 웃도는 수치다.
고용이 늘었음에도 노동시장의 체력 약화는 실업률 지표에서 뚜렷하게 드러났다. 11월 실업률은 4.6%로, 9월(4.4%)은 물론 시장 예상치(4.5%)도 상회했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당시인 2021년 9월 이후 4년 2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구직 활동을 포기했거나 경제적 이유로 시간제 일자리를 찾는 이들을 포함한 포괄적 실업률은 8.7%로, 2021년 8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실업자 수는 783만1000명으로 집계됐고, 27주 이상 장기 실업자는 191만명으로 전체 실업자의 24.3%를 차지했다.
임금 상승세도 둔화됐다. 시간당 평균 임금은 전월 대비 0.1%, 전년 대비 3.5% 올라 10월(각각 0.4%, 3.7%)보다 상승폭이 줄었다. 특히 전년 대비 임금 상승률은 2021년 5월 이후 최저 수준으로 내려왔다.
10월 채용 건수는 514만9000건, 고용률은 3.2%로 전달(536만7000건, 3.4%) 대비 감소했다. 반면 해고 건수는 185만4000건(해고율 1.2%)으로 전월(178만1000건, 1.1%)보다 늘어나 2023년 초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관세 정책과 경기 불확실성으로 기업들이 신규 채용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뉴욕타임스(NYT)·워싱턴포스트(WP),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주요 매체들은 이번 지표를 노동시장 둔화의 경고 신호로 해석했다. 일자리가 늘었음에도 실업률이 상승했다는 점이 구조적 변화를 시사한다는 것이다.
기업들의 체감 경기도 식고 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글로벌이 집계한 12월 미국의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51.8로 11월 52.2에서 하락해 7월 이후 5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서비스 PMI는 54.1에서 52.9로 6개월 만 최저치였다.
엇갈리는 경제 지표는 기준금리 결정을 둘러싼 연준의 딜레마를 심화시킬 것으로 보인다. 인플레이션 불씨가 완전히 꺼지지 않은 상황에서 고용과 경기가 빠르게 식어가고 있어, 통화 정책의 방향을 잡기가 더욱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내년 1월 초 발표될 12월 고용보고서가 다음 달 28일 예정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의 정책 방향을 결정하는 데 있어 더 중요한 지표가 될 것으로 보인다.
16일(미국시간) 장중 뉴욕외환시장에서 미국 달러화의 가치가 절하됐다. 미국 실업률 급등 속에 이같은 흐름이 전개됐다. 이번주 일본은행의 금리인상 가능성에 엔화가치가 절상된 가운데 달러가치가 하락한 것도 주목받았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미국달러화의 가치수준을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98.23으로 0.08% 하락하며 미국달러가치가 절하됐다. 이번주 18일(현지시간) 유럽 중앙은행 및 영국 중앙은행의 금리결정 여부도 주목대상이다.
박지혜 기자 bjh@bntnews.co.kr





